이상원 미술관은 고유의 한국적 사실주의 화풍을 이룩한 이상원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다. 미술관 본관과 작가 스튜디오, 레스토랑, 게스트 하우스 등 부대시설을 합해 대지면적 15,737㎡의 규모다. 입지 조사부터 설립까지 10여 년이 걸렸으며 완공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완성한 만큼 공간의 배치와 구조는 물론 주변 환경과의 조화까지 높은 완성도와 완결성을 자랑한다. 자연과 예술이 인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에선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작품은 물론 공간을 통한 예술과 자연,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느낄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산 자락에서 이상원 미술관을 찾을 수 있다. 미술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깊은 산 속에 미술관이 있다. 입구에서 미술관 본관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언덕이다. 언덕을 오르는 셔틀 카트가 있어 쉽게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산책하기에도 좋을 길을 지나는 동안 작가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게스트 하우스 등의 부대시설을 볼 수 있다. 길을 오르는 동안 자연의 형태에 순응한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길과 건물, 자연에서 인위와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이상원 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이 인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 설명 그대로다.

 
미술관 본관과 마주하면 가장 먼저 특별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은 원형으로 생겼다. 건물이 둥그렇다는 말이다. 미술관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 한 산속에서 만나는 인공적인 그것도 상당히 이색적인 첫인상이다. 회색 테두리와 반투명한 종심을 가진 원형의 건물은 낮이면 화악산의 풍경을 비추고 밤이면 원형 테두리를 따라 조명을 밝힌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 자연과 인공의 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찾은 듯한 건축이 상업 미술과 순수 미술 사이,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기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제 영역을 확보한 이상원 화백의 작품 세계와 닮은듯하다. 이상원 화백은 흔히 ‘자전적 독학 화가’로 유명하다.

 
미술관의 1층에는 안내 데스크와 카페, 전시공간이 있다. 1층에서 주목할 것은 높은 천장고와 한쪽 측면을 완전히 개방하는 구조다. 화악산의 푸른 풍경이 한눈에 보이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개방된 측면으로 펼쳐진 카페에선 실내와 실외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느껴질 만큼의 개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의 전면과 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햇볕이 충분히 들어와 공간을 더 쾌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일반적인 벽면이 아닌 원형 구조의 특징으로 비스듬히 둥글게 솟아오르는 벽면이 이색적이다. 무채색을 사용했음에도 형태의 파격을 통해 공간에서 즐거움과 활동성이 느껴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의 갤러리는 무채색의 반듯하고 단조로운 공간이 대부분이다.

 
계단은 공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규칙적인 지그재그 모양으로 최상층부터 최하층까지를 가로지르며 이색적인 공간에 안정감을 더한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모든 층에 닿을 수 있으며 2층부터는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다. 전시 공간은 특별한 건축적 장치나 연출보다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보편적 논리로 구성됐다. 무채색의 천장과 벽, 바닥은 물론 채광과 조명까지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도록 만들어졌다. 특별한 것은 2층과 3층이 옥상 정원과 옥상 테라스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야외 공간들은 인위적인 공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예술을 위한 공간, 자연을 위한 공간, 인간을 위한 공간이 결국 다르지 않다는 미술관의 정신이 느껴지는 듯하다.


 
기사 노일영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